늑대별 되기/짧은 생각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iulius 2009. 4. 13. 12:05

오늘로 임시정부가 수립된지 꼭 90년이 되었다. 헌법에서도 이르기를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각주:1] 들은 얘기로는 국제법적으로 1910년의 한일합방이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한국의 국체는 1392년에 건국된 조선, 1897년의 대한제국을 거쳐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1945년의 미군정),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법적인 지식이 없어서 맞는지 틀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민에게 주권이 있음을 알리는 정부가 그 수립을 선포한 날이기도 하고, 대한제국에서 사용한 韓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호가 될 것임을 선언한 날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3.1 절이나 광복절 못지 않게 중요한 날이다. 비록 현 정부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려고 하거나 지난 50년 역사에서 이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친일파 후손들에게 밀려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살아오긴 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민족 독립운동의 중심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음을 알고 있다.

오늘 아침 뉴스에 드디어 단재 신채호 선생의 국적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단재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수많은 답사와 역사연구를 통해 다수의 역사서를 집필한 역사학자인 동시에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무력투쟁을 통한 독립 성취를 목표로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이다. 일본이 물러가지 않는 한 결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일 수 없다며 뻣뻣이 서서 세수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단재 신채호: 1880~1936>

그에게는 1962년 건국훈장이 추서되었다. 그는 결국 47년 동안이나 자신이 평생을 바쳐 독립시키고자 했던 그 나라의 국민이 아니었던 셈이다. 독립운동의 공은 인정하지만 독립된 나라의 국민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니... 오늘 아침 뉴스를 볼 때까지 이런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나의, 다른 수많은 사람의 무관심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에 할 말이 없었고, 40년 넘게 이런 문제를 방치해 두었던 정부와 관련기관에게도 그저 어이 없음이었다.

말로는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을 우대하고 임시정부를 모체로 삼는다고 하지만, 아직도 200명 넘는 독립운동가가 무국적 상태로 남아있으니, 그 분들을 위인전에 등재하면 한국 위인으로 넣을 것인가 외국 위인으로 넣을 것인가?

예전에 친일재산 환수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에 대해 반대하는 논리로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 주장이 있었다. 독립 후 이제 60년, 민족에 반역한 자들에게 그에 응분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민족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기에는 6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짧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우리의 민족정신과 자주성의 정립 시도는 너무 늦었다기 보다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고 생각한다. 재산을 빼앗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친일인사 후손에게 3대에 걸쳐 공직 취임을 금지하고 독립운동가 후손에게는 3대에 걸쳐 가능한 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일까도 생각한다. 그 혜택이라고 해 보았자 결국 독립운동가와 같은 분들이 희생해서 얻어낸 혜택이니까.

임시정부는 여러 논란 속에서도 분명히 독립의 날까지 가장 대표적인 독립운동기구로 존속했고, 조선이 아직 일본에 의해 삼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당당히 알려왔던 정부였다. 정부수립 90주년을 맞아(작년의 건국절 논란은 정말 쇼였다) 임시정부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지고 아직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 및 그 후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과 예우가 준비되기를 기대해 본다.

90년전 오늘, 상해에서 임시정부 깃발을 올리며 정부 수립 선포의 감격 뒤로 예정된 고난의 길에 대한 각오를 다졌을 수많은 선열들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떨어질 것 없는, 그 분들이 자신이 희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만들고자 했던 자유, 평등, 민주의 기치를 세우고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전진할테니까.

  1.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