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별 되기/배우는 것들

IFRS 하에서의 현물환 거래; 3. 외화매도의 경우

iulius 2010. 5. 17. 13:14


정형화된 매입 또는 매도

여기에서부터 다시 출발을 해 보고 싶습니다. 정형화된 매입 또는 매도란 무엇인가? 현물환 거래는 정형화된 매입 또는 매도 거래에 해당하는가? 정형화된 매입 또는 매도에 해당하는 경우 회계처리는 어떻게 달라지며 재무제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어떤 회계처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한 것인가?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정형화된 매입 또는 매도란 사실 파생상품 회계처리의 예외적 조항입니다. 기준서에서도 이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각주:1]  현물환 거래가 파생상품 거래에 해당한다는 것은 K-GAAP이나 IFRS나 이론이 없습니다. 현물환 거래를 정형화된 매매거래로 판단하는 것에서도 K-GAAP과 IFRS에는 이론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물환 거래, 그 중에서도 특히 외화 매도거래에 대해서 K-GAAP이 규정해 놓은 구체적인 회계처리가 IFRS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고민을 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K-GAAP의 외화 매도 현물환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3월 30일 10USD를 매도하였으며 결제는 4월 1일에 이루어짐. 3월 29일, 3월 30일, 3월 31일, 4월 1일의 환율은 각각 1,145 KRW/USD, 1,150 KRW/USD, 1,160 KRW/USD, 1,157 KRW/USD임.
3월 30일
(차) 미수금 11,500 (대)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500
(차) 외국통화     50 (대) 외화환산이익                50

3월 31일
(차) 외화환산손실 100 (대)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00
(차) 외국통화       100 (대) 외화환산이익          100

4월 1일
(차) 현금                      11,500 (대) 미수금    11,500
(차)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600 (대) 외국통화 11,570
                                                    외환차익        30

먼저, 매매일인 3월 30일에는 달러를 매도한 대가로 수령하기로 된 확정금액 11,500원을 미수금으로 계상하고 매도한 달러를 미지급미결제현물환으로 계상합니다. 또한, 보유하고 있던 외국통화는 원화가치가 50원 증가하였으니 이를 외화환산이익으로 인식합니다.

결산일인 3월 31일이 되면 환율이 상승하여 매도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100 증가하였으므로 미지급미결제현물환을 100 증가시키고 외화환산손실로 인식합니다. 동시에 아직 보유하고 있는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도 100 증가하였으므로 외국통화를 100 증가시키고 외화환산이익으로 인식합니다.

마지막으로 결제일인 4월 1일이 되면 현금 11,500원을 수령하여 미수금과 상계시키고 10달러를 지급합니다. 이 때 지급한 10달러는 지급시점의 원화가치로는 11,570원이므로 기존에 계상되어 있던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600과의 차이인 30원을 외환차익으로 인식합니다.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이 거래의 재무적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3월 30일
- 자산 : 미수금 11,500, 외국통화 11,500
- 부채 :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500
- 순자산 : 11,500

(2) 3월 31일
- 자산 : 미수금 11,500, 외국통화 11,600
- 부채 :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600
- 순자산 : 11,500

(3) 4월 1일
- 자산 : 현금 11,500
- 부채 : 없음
- 순자산 : 11,500

직관적으로 어떠신가요? 단지 달러를 매도하는 거래를 했을 뿐인데, 매매일인 3월 30일부터 결제일인 4월 1일까지 순간적으로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순자산에는 영향이 없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결산기에 이러한 효과가 재무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념적으로 자산의 매도로부터 이러한 자산부채 동시 증가효과(양빵 뻥튀기라고 하죠 ;;)가 발생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K-IFRS에서도 큰 고민 없이 현물환 거래의 회계처리는 K-GAAP과 동일하다(매매일 회계처리를 선택하는 경우)고 결론 내린 것이 대다수, 아니 모든 금융권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겠다고 여러가지 근거들도 대고 있지요. 예를 들자면, 현금은 일반 자산과는 다르다든지, 외국 통화를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매입하는 것이라든지요. 굳이 손익효과도 없는데 왜 바꾸려고 하느냐는 얘기가 제일 많을 것 같습니다. 아예 생각도 안 해본 경우를 제외한다면요.

제 생각에는 이러한 회계처리는 완벽히 K-IFRS 기준서에 대한 위반입니다. 한 번 기준서를 보실까요.


"매매일 회계처리방법은 (1) 매매일에 수취할 자산과 그 자산에 대하여 지급할 부채를 인식하는 것과 (2) 매매일에 매도한 자산을 제거하고 처분손익을 인식하며 매입자가 지급할 금액에 대한 채권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K-IFRS 제1039호 문단 AG55> 
위의 회계처리에서 3월 30일 분을 다시 한 번 봅시다.

(차) 미수금 11,500 (대)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500
(차) 외국통화     50 (대) 외화환산이익                50

그리고 그 날의 재무상태표도 보지요.

- 자산 : 미수금 11,500, 외국통화 11,500
- 부채 :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500
- 순자산 : 11,500

정형화된 매매거래의 매매일 회계처리임에도 불구하고 매도한 자산(외국통화)는 제거되지 않았고 매도한 자산에 대한 처분손익(외환차익)도 인식되지 않았습니다. (외화환산이익은 매도한 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이니까요. 엄밀하게 아예 매도 자체가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K-GAAP과 동일한 범주로 집어넣는다고 해서 K-GAAP의 특별회계처리 규정을 K-IFRS에서도 그냥 적용하겠다고 단순하게 판단하고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엄청나게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지 않아도, 그저 기준서에 적시되어 있는 문구 하나만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도 지금 모든 금융기관이 답으로 생각하고 있는 회계처리에 중대한 모순이 있다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된 회계처리의 결과는 자산 부채의 동시 과대계상입니다. 물론, 이러한 회계처리의 선택 사유가 재무정보의 왜곡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냥 당연히 같으려니 하고 넘어간 무신경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IFRS 도입을 선도했던 금융기관의 선택을 후발 적용 기업에서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구요(K-GAAP과 동일한데 굳이 검토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대형 은행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회계처리의 결과가 자산 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일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따질 이유도 별로 되지 않겠죠. 그러나 제가 여기에서 느꼈던 것은 원칙 중심의 IFRS를 도입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규정 중심의 K-GAAP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별 회사는 원칙만 지키면 다양한 회계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IFRS이지만, 아마도 한국에서는 결국 남들이 다 하고 원래 했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회계정책만을 채택하는 것이 실제 모습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IFRS에 맞든 틀리든 상관 없이 말입니다. 하긴, 이미 6~7년 전에 IFRS를 먼저 도입했던 유럽에서도 기존에 해오던 관습과 다른 부분은 잘 지키지 않거나 IFRS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이 굳이 우리나라에 한정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회계처리를 보여드립니다.

3월 30일
(차) 미수금 11,500 (대) 미지급미결제현물환[각주:2] 11,500
                                  외환차익                       50

3월 31일
회계처리 없음

4월 1일
(차) 현금                      11,500 (대) 미수금    11,500
(차) 미지급미결제현물환 11,500 (대) 외국통화 11,500
  1. "K-IFRS 제1039호 문단 AG12" 정형화된 매매거래는 매매일과 결제일 사이에 거래가격을 고정시키는 거래이며 파생상품의 정의를 충족한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짧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으로 인식하지 아니한다. [본문으로]
  2. 이 때의 미지급미결제현물환은 지금처럼 기타부채로 분류하지 않고 외국통화에 대한 차감계정으로 분류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