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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이 개봉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소문이 돌았습니다. 실제로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영화에서 타이타닉의 침몰을 묘사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소문이었죠. 아마도 영화의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을 정도로 길었기 때문에 생긴 소문인 것 같은데, 실제로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40분이었으니 그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영화에서 타이타닉의 침몰 장면을 묘사하는 시간은 1시간 1분이죠.

어쨌든 타이타닉은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저런 소문까지 돌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조각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타이타닉의 배경이 된 실제 이야기입니다. 워낙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네 번으로 나누어 포스팅 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지적 부탁드릴께요.

1편 - 탄생
2편 - 처녀항해, 출항에서 충돌까지
3편 - 처녀항해, 침몰
4편 - 발견





== 올림픽급(Olympic Class) ==

타이타닉의 건조가 시작된 것은 1909331일이었습니다. 타이타닉을 발주한 곳은 북대서양 여객 항로를 운항 중이던 화이트 스타 선박(White Star Line)으로 그 당시에는 속도 경쟁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고 쾌적한 여행을 추구하는 회사였다고 합니다. 타이타닉은 화이트 스타가 쾌적하고 "빠른" 여행을 제공하기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올림픽급(Olympic Class) 대형 증기선의 두 번째 배였습니다. 타이타닉은 벨파스트의 해럴드 앤 볼프 조선소(Harrold and Wolff Shipyard)에서 건조되었고, 설계는 해럴드 앤 볼프의 이사인 윌리엄 피리(William Pirrie)와 선박 설계사인 토마스 앤드류(Thomas Andrews)가 맡았습니다.

[타이타닉을 설계한 토마스 앤드류(Thomas Andrews)]


[건조 중인 타이타닉]

타이타닉의 자매함으로는 올림픽호(RMS Olympic)과 브리타닉(HMHS Britannic)이 있습니다. 이 세 척을 묶어서 올림픽급(Olympic Class)이라고 하는데, 타이타닉과 올림픽의 이름 앞에 붙은 'RMS'Royal Mail Steamer의 약자로 영국 왕실에서 우편 배송 업무를 취급하도록 허가를 내준 배임을 뜻합니다. 아직 비행기가 발달하기 전이던 그 시절에 대륙간 우편 배송 업무는 배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브리타닉의 'HMHS'His Majesty's Hospital Ship의 약자로 국왕전하의 병원선이라고 직역을 하면 될까요. 여객선으로 건조되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군대에 징발되어 병원선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원래 브리타닉의 이름은 자이갠틱(Gigantic)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타이타닉의 침몰 사고 이후에 '커다란 것'이라는 느낌을 피하고자 브리타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올림픽은 타이타닉보다 조금 빠른 19081216일에 건조를 시작하였습니다. 타이타닉과 올림픽은 건조 시점도 비슷했고 외형도 매우 유사해서 자매함이라기 보다는 쌍둥이함이라고 불렸습니다. 올림픽은 19101020일에 진수되었고 1911614일에 처녀항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24년간 북대서양 여객선으로 운항하다가 1935년에 퇴역했죠.

[정박해 있는 RMS 올림픽(왼쪽)과 RMS 타이타닉(오른쪽)]

브리타닉은 19111130일에 건조하여 1914216일에 진수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수 후 반년만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병원선으로 징발되었으며, 19161121일 그리스 앞바다에서 기뢰와 접촉하여 침몰하였습니다.

[HMHS 브리타닉]

타이타닉이 진수된 후 시험운행을 하고 있을 무렵에 이미 올림픽은 북대서양 여객선으로 취역했었는데, 여기에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타이타닉의 최종 개선에 반영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북대서양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승객들이 갑판에서 추위를 타는 것을 막기 위해 A갑판의 1등 전용 산책용 갑판에 유리창을 설치하고 B갑판에는 산책용 갑판 대신에 창가 전체에 1등 선실을 설치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형상의 작은 차이가 올림픽과 타이타닉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죠. 그 덕에 타이타닉에는 올림픽보다 1등 선실수가 크게 늘어났고, 그에 따라 총중량도 올림픽보다 약 1천 톤 늘어난 46,328톤에 달하였습니다.

[RMS 올림픽(왼쪽)과 RMS 타이타닉(오른쪽)의 비교.
올림픽의 A갑판은 트여있으나 타이타닉의 A갑판은 막혀 있으며,
타이타닉의 산책용갑판 자리에는 1등 선실이 들어섰다]






== Unsinkable ==

타이타닉은 건조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1911531일에 진수하였고 1912331일에는 모든 시험운행을 마쳤습니다. 타이타닉의 총길이는 882피트 9인치(269.1미터)였고, 폭이 92피트 6인치(28.2미터), 높이가 175피트(53.3미터)에 달했습니다. A갑판부터 G갑판까지 아홉 개의 갑판에 승무원과 승객을 합쳐 3,547명을 태울 수 있었지요. 타이타닉에는 1등 선실 416개, 2등 선실 162개, 3등 선실 262개 등 총 84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처녀항해 당시에는 승객 1,317명과 승무원 905명 등 2,222명이 승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매년 봄이면 북대서양 항로는 따뜻해진 온도 때문에 북극의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이 바다를 떠다니며 곳곳에 출몰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빙산과 충돌하는 것은 곧 침몰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타이타닉은 배 전체를 16개 구획으로 구분하여 구획 사이마다 물이 샐 수 없도록 수륙격벽을 설치하고 뱃머리 4개 구획이 침수되더라도 침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 직후인 1912416일, 화이트 스타의 부회장이었던 필립 프랭클린(Philip A. S. Franklin)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볼 때, 타이타닉은 불침선이라고 판단했다(I thought her unsinkable and I based by opinion on the best expert advice available)."고 말했는데, 이 때부터 타이타닉이 애초에 '하나님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선전되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졌습니다. 저 말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반성의 상징으로 유명하죠. 그렇지만, 실제로 타이타닉은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호화로운 배였으며 누구도 그 배는 절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믿었죠. 타이타닉은 결코 침몰하지 않을, 침몰할 수 없는 배라고.

[191245일, 사우스햄턴 항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 RMS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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