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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REET - MONEY NEVER SLEEPS -
Director : Oliver Stone

Release Date : October 21, 2010(Republic of Korea)
Runtime : 133 min

Casting
Michael Douglas ... Gordon Gekko
Shia LaBeouf ... Jake Moore
Josh Brolin ... Bretton James
Carey Mulligan ... Winnie Gekko





Wall Street, 1987

월 스트리트는 뉴욕 시 맨해튼 금융행정구(Financial District) 남부에 있는 거리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수많은 은행이 이 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NASDAQ) 등 주요 증권거래소는 여전히 본사를 이 거리에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 스트리트는 단순한 지명 이름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금융기관 또는 금융세력'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와도 같이 사용됩니다. 돈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은
이미 1987년에 한 번 이 이름으로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2010년에 고든 게코Gordon Gekko 역을 맡은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1987년 영화에서도 그 역으로 출연하였죠.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당시의 영화는 "총성 없는 전쟁터인 자본주의 사회의 추악한 비즈니스 전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고 합니다. 이번 영화에도 등장한 슬로건인 "탐욕이 옳은 것Greed is good"은 그 때 고든 게코가 버드(찰리 쉰Charlie Sheen 분)에게 가르치던 월 스트리트의 생존법칙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계량화되는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영화라고 합니다.

올리버 스톤이 과거에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의 속편을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전 영화를 잘 알아야 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찰리 쉰이 갑자기 등장하는 걸 보고 그것이 단순한 까메오인지, 1987년 영화의 버드와 동일 인물인지는 굳이 알 필요가 없겠지요. 인터뷰 기사에서야 왜 이 시점에 월 스트리트의 속편을 내 놓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유를 알아야지만 이 영화를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1987년 영화를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는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1987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2010년 현재의 시대적 배경 차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아직 1987년 영화를 본 적도 없고 2010년 영화에 나오는 금융권의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 개봉영화산책은 그 정도로 가볍게, 그냥 혼자 떠오른 생각들을 풀어보는 자리라고 생각하니까요.)





복수성장극 vs. 사회고발극

영화가 끝나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대체 누가 나쁜 놈인데? 모든 영화가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가지진 않겠지만,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나 등장인물과 주변환경 간의 갈등을 쌓아 올려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맞는 같습니다. 스트리트에서는 초반에 선과 악이 명확하게 갈립니다. 선악이라는 딱지가 어색하다면 주인공 측과 반대측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제이크 무어(샤이어 라보프Shia Labeouf ), 제이블(프랭크 란젤라Frank Langella ) 고든 게코가 가세한 것이 주인공 측이라고 있을 것이고 브레튼 제임스(조쉬 브롤린Josh Brolin ) 반대측이 것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비중이 있든 없든 간에 이런 프레임에서는 일종의 중립적인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죠.

 

제이블은 제이크에게 스승이나 아버지와 같은 사람입니다. 이유는 설명할 없지만 굉장히 열정적이고 전문적이며 왠지 소박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중후한 노신사와 같은 이미지랄까요. 제이크를 굉장히 아끼죠. 그는 브레튼 제임스에게 오래 일의 복수를 당합니다. 시장에는 루의 회사를 공격하는 근거 없는 괴소문이 떠돌고 주가는 폭락합니다. 결국 루는 헐값에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진입하는 지하철에 뛰어드는 마지막을 선택합니다. 아버지와 같았던 루를 잃은 제이크는 복수를 꿈꾸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제이크에게 고든 게코가 힘을 보탭니다.


배경을 모두 무시하고 바라보면 이러한 초반 전개는 일반적인 복수성장극과 다를 바가 별로 없습니다. 애초에 이런 의도로 연출을 시도한 것이라면 저도 그러려니 하고 말았을 테지요. 그러나 그러려니 없었던 것은 올리버 스톤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플래툰Platoon, 닉슨Nixon, 7 4일생 이전에 연출한 수많은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화두를 던지는 타입의 감독이었습니다. 게다가 탐욕의 논리로 동작하는 금융권을 통렬하게 공격한 전작까지 만들었다는 사실을 더하면 영화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다가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2008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아직까지도 드리우고 있다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지요. 영화가 시작하기 , 지루한 광고를 보면서 이미 영화는 금융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고 원인이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아 위기가 수도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미리 생각해 버리게 되는 겁니다. (저만 그랬다면OTL)





뒤엉킨 실타래

영화가 초반에 던져주는 복선은 굉장히 많습니다. 고든 게코는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8년을 복역하고 나와서 금융위기의 본질은 거품이고 거품의 원인은 탐욕이라는 강연을 하죠. 게코의 딸이자 제이크의 여자친구인 위니는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비영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루는 소박한 아침식사를 즐기는 금융인인데, 운동복 차림으로 센트럴 파크를 뜁니다. 제이크는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자기 주장이 강한, 모든 사람이 생각할 금융인 같은 금융인입니다. 전문 금융인 같은 제이크 주변에 금융의 더러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주변인들이 배치되어 제이크의 모습을 감추어 줍니다. 금융권에 있는 놈들은 모두 이기적이고 자기 욕심만 챙기는 놈들이지만, 제이크는 아닐꺼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제 진용은 갖춰 졌습니다. 용사와 그를 돕는 파티가 결성되었으니 이제 적을 찾아 나서면 됩니다. 그런데 적은 누구죠?

 

! 여기 적이 있습니다. 브레튼 제임스. 등장부터 비열한 느낌이 듭니다. 루는 금융지원을 없다는 브레튼에게 적반하장이라고 소리칩니다. 어떻게 네가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얘기하느냐고요. 브레튼이 그럴 자격이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우리는 내막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부당하게 이득을 챙겨가고 부당하게 정부 지원을 받고, 예금자의 돈을 가지고 자기 배를 불린다고 생각하니까요. 브레튼은 등장하자마자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그야말로 더러운 금융인의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적까지 결정되었으니 나머지 스토리도 모두 결정되었네요. 주인공과 적의 혈투, 여러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는 주인공, 그러나 힘은 해가고 절망적인 나타나는 주인공의 친구들, 결국 승리하는 주인공.

 

그런데 잠깐, 영화에서 적이 기껏 브레튼이어도 괜찮은 겁니까?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적은 고든 게코가 강연에서 직설적으로 던졌던 거품Bubble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아니었던가요? 브레튼은 대체 어느 지점에서 거품이나 도덕적 해이와 연결되는 거죠? 아직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잡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브레튼과 금융위기의 원인을 연결 짓지 못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브레튼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되죠. 대표적으로 제이크의 엄마(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 ) 있습니다. 그럼 브레튼은 퇴치해야 하는 악이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의 금융위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있을 알았는데, 비판이라는 겨우 고든 게코의 강연에서 직설적으로 언급되는 그치고 영화는 제이크가 복수를 꿈꾸는 과정을 열심히 보여줍니다. 제이크와 위니의 관계, 제이크가 밀고 있는 대체 에너지 회사, 제이크 엄마의 부동산 투기는 부수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수많은 장면들은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실타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이해한 방향에 맞추어 해석했던 장면들을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 졌습니다. 많은 실타래들이 뒤엉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중반 이후에는 위니가 경고했던 대로 고든 게코가 금융인의 속물 근성을 여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추가됩니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아이템은 튤립 거품입니다. 제이크가 대체 에너지 산업의 성공을 예상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뛴 와중에 약혼녀인 위니의 1억 달러를 (위니의 동의 하에) 투자금으로 유치하려고 한 것이 튤립 거품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제 짧은 지식으로는 해석이 잘 안 되더군요.  이쯤 되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고자 하는 것인지 도저히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누가 악인가

주인공 편이 누구인지 적이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둘이 선악구도를 형성한다는 느낌도 확실합니다. 그럼 주인공 편은 선이고, 적은 악일까요?

 

루는 회사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습니다. 그는 제이크에게 보너스라고 생각하라며 124 달러를 지급합니다. 미국 회사는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명확한 규정에 근거하지 않고, 그것도 위기의 순간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십억이 넘는 돈을 말이죠. 배경까지는 없지만 영화에서 루가 제이크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것은 주주/채권자/국민이 가져가야 하는 몫을 임의대로 떼어 것과 다를 없습니다. 보너스를 직후 루가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보면 국민이 가져가야 몫을 떼어 것으로 보면 되겠죠.

 

제이크는 돈으로 반지를 삽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겠죠. 영화 전반적으로 제이크의 태도는 돈을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수십만 달러를 받고 (그것도 기본급으로!) 수만 달러를 쓰는 데다가 회사도 쿨하게 때려 치웁니다. 이런 행동이 멋있어 보일 있지만 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고든 게코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렇게 비춰집니다) 강연을 다니며 금융위기의 본질을 알리고 경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죠. “부인, 모럴 해저드는 누가 부인의 돈을 가져갔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다.” 제이크에게 튤립 거품을 얘기해 주고(사실 부분은 웃겼습니다. 경제학 원론에 나올만한 얘기를 MBA까지 나온 사람이 처음 듣는 것처럼…) 예비 장인처럼 제이크와 거래를 하며 친밀하게 지내죠. 하지만 그도 결국 자기 이익을 좇는 금융인이었습니다. 위니로부터 돈을 가로채 영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옛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지요.

 

제이크나 루나 고든 게코도 브레튼과 다를 없습니다. 오히려 영화에서 브레튼이 저지른 구체적인 잘못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개인계좌로 거래한 것뿐 입니다. 이들을 A side B side 나눌 수는 있겠지만, 선과 악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금융위기의 원인을 보여주는 사람들입니다. 굳이 영화에서 선을 찾자면 위니와 마스터스 박사(오스틴 펜들턴Austin Pendleton ) 정도겠지만 둘이 이야기 전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금융은 배경일 뿐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금융위기, 거품경제, 투기와 탐욕, 대체 에너지 같은 것들은 모두 배경소재일 뿐입니다. 영화는 그냥 제이크와 친구들이 악당 브레튼을 맞아 싸우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나름 볼거리도 많았고 굉장히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감독이 만들고 굳이 머니 네버 슬립스Money never sleeps라는 부제를 달지만 않았더라면 그럭저럭 볼만한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없네요.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포스터 말인데요왠지 마이클 더글라스의 모습에서 한니발 렉터가 떠오르더군요. 렉터로부터 단서를 하나 하나씩 얻어가던 클라리스와 고든 게코로부터 조언을 듣는 제이크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 저만의 생각일까요. ㅎㅎ 만약 생각이 일리 있다면, 영화가 복수성장극이라는 결론도 일리 있을 같다는 느낌입니다.

끝내려고 보니 또 한 가지 더 있네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영화에서는 고든 게코를 통해 직접적으로 모럴 해저드를 설명해 줍니다. 누가 부인의 돈을 가져갔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이크가 엄마와 싸우면서 하던 말이 참 와닿더군요. 매번 그렇게 문제를 넘겨주니까 다음 문제도 당연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은 둘째 치고, 정부와 은행, 건설사들이 좀 뜨끔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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