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 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 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어도, 어떤 불의가 눈 앞에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
그 다음 날에는 원앙금침을 넣을 농을 만들려고 안채의 오동나무를 베었다. 오동나무를 베려고 초노 한 명이 갔을 때 서운이는 오동나무에 올라가 내려오려 하지 않고 있었다. 마님께서 짐짓 서운이 신경쓰지 말고 나무를 베라고 했을 때야 서운이가 나무 위에서 입을 열었다. "전 시집 안 가요. 혼담 도로 물리라고 해요. 전 어머니처럼 살기 싫어요." 마님 얼굴에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이 지나갔다. 하지만 말투는 흔들림 없이 엄했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네가 어린애더냐? 아랫것들 있는 데서 부끄럽지 않느냐?" "저 진짜로 시집 안 가요. 어머니처럼 첩한테까지 부덕 보이는 척해야 하고 마음대로 외가도 못 가고 종일 집안 관리하고 손님 맞이하고 제사음식 만들면서 밤에도 책 한 번 마음대로 못 읽고 바느질하면서..
여름 내내 나는 산이나 행랑채에서 천자문을 익히고 애기씨는 사당에서 사서삼경을 독학하셨다. 그 무렵 사랑채에는 수시로 손님들이 드나드셨다. 애기씨께서는 낮에는 공부하시고 밤에는 마님께 자수며 요리를 배우셨다. 나는 낮에는 산에 가서 나무하고 공부하고 밤이면 바느질하는 어머니 곁에서 말동무를 하며 머릿속으로 낮에 공부한 한자를 떠올렸다. "요새 애기씨 혼담이 오가는 것 같더라. 대감마님이랑 같은 당파에 계신 분 아드님이시라든데. 애기씨보다 몇 살 많으시댔더라?" "어머니, 애기씨는 시집 안 가세요." 그때 그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때의 나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기씨께서는 시집 안 가시고 벼슬 하실 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다. "애기씨께서 시집 안 가신다던? 아이..
언문을 깨친 후부터는 언문으로 된 책을 무엇이든 갖다 읽었다. 애기씨 방에 언문책이라고는 계녀서와 소설밖에 없어서 나는 부녀자의 도리를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읽고 또 읽었다. 내가 부녀자의 도리에 관해 쓴 책들을 읽는 동안 애기씨는 이나 같은 소설책을 읽으셨다. 어떤 때는 책을 밀어두시고 오동나무 위에 올라가 한양 시내를 한참 보시다가 내려오기도 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책을 읽느라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내려왔더니 집안이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듯 어수선했다. 안채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여자의 비명소리와 곤장으로 살을 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무서워서 어머니를 찾았더니 어머니는 문 밖에서 애기씨를 품에 안고 다독이고 있었다. 날 돌아보시는 애기씨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주인 눈치 살피고 사는 ..
상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깊은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이성과 진리, 그리고 자유의 대학정신을 현실의 참담한 박토(薄土)에 뿌리려 하는 바이다. 오늘의 우리는 자신들의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학의 현상을 규탄(糾彈), 광정(匡正)하려는 주체적 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천명하는 바이다. 우리의 지성은 암담한 이 거리의 현상이 민주와 자유를 위장한 전제주의의 표독한 전횡(傳橫)에 기인한 것임을 단정한다. 무릇 모든 민주주의의 정치사는 자유의 투쟁사이다. 그것은 또한 여하한 형태의 전제로 민중 앞에 군림하던 '종이로 만든 호랑이' 같은 헤슬픈 것임을 교시(敎示)한다. 한국의 일천한 대학사가 적색전제(赤色專制)에의 항의를 가장 높은 영광으로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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