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올해는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인 오후 1시 42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폐렴으로 서거하셨습니다.

그 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87년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겨가면서 민주화 운동에 한 몸을 바친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산 증인이며, 97년 이후에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탈을 쓴 대결구도였던 남북관계에 상생과 동반, 점진적 발전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한 공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또 서울 광장엔 차벽이 쳐질 것이고 대한문 앞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시민들이 얼기설기 만든 초라한 분향소가 세워질 겁니다. 한 쪽에서는 그 분의 뜻을 받들자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그러다보면 반대쪽에서는 죽음으로 모든 허물을 뒤덮을 수는 없다면서 흠집을 내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전직 대통령의 영정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일만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조기를 걸고, 블로그 스킨을 바꾸고 분향을 하러 갈 겁니다. 저번에는 억울함과 안타까움, 분노가 뒤섞인 슬픈 마음이었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시대의 인물에 대한 경의입니다. 그렇지만 왠지 웃던 날보다도 울던 날이 더 많았을 것 같은 그 분이기에, 환하게 웃는 것 보다는 저번 장례식 때 통곡하시던 모습이 떠올라서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