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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별 되기/짧은 생각

속내

iulius 2009. 4. 8. 22:01

예전에 콘돌리자 라이스가 한국에 왔을 때 북한은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를 봤더니 라이스한테 "콘디"라는 애칭을 붙이고 무언가 굉장한 여성으로 부각을 시키는 듯 한데, 내가 볼 때 일반 외국인이 아닌 외국 정치인은 친한파 반한파는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국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점을 볼 때 그들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약속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난 라이스가 그다지 친한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튼...

북한이 주권국가인가 하는 명제는 현실적으로는 맞는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틀린 것이다.
또는, 이론상 인정할 수 없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라이스의 발언은 겉으로 보기에는 주권국가인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미국의 입장표명 같아보이지만, 속내도 그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령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령의 일부분으로 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는 것은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대한민국을 침공하는 것과 동일하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그러한 미국의 무력행사를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라이스의 발언대로 북한이 주권국가라고 한다면 우리 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령은 대한민국령과는 별개의 부분으로 취급받게 된다.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더라도 우리와는 별개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정권을 붕괴시킨 후에는 북한령이 대한민국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미국의 조종을 받는 친미 괴뢰정권이나 미군정의 지배 하에 놓일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때 가서 대한민국 정부나 국민이 항의할 수 없도록 지금부터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라이스가 얼마나 대단한 여성인지 얼마나 한국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국은 자국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외국인일 뿐이다.





<원문은 2005년 6월 16일 싸이월드에 올렸던 것이다. 그 때는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극도로 싫어하던 때였던지라 조목조목 글을 쓰기보다는 툭툭 내뱉듯이 써나갔던 것 같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나는 친미주의자이다. 좋든 싫든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임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렇다면 미국이랑 친한 것이 친하지 않은 것보다는 우리에게 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언제라도 미국과 친한 것이 국익에 해가 된다면 친미를 버릴 수 있는 준비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이 블로그에 줄줄 써내려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왈가왈부했던 일 때문에 글을 썼던 것은 아니고 그 전에 조선일보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나서 썼던 글이다. 라이스든 누구든간에, 현실정치에서 우리나라와 이해관계를 공유하거나 맞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섣부른 칭송이나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링컨이 제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 해도 그 놈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다면 나한테는 그저 침략자일 뿐이니까. 우리나라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일본에 가면 위인전에 분명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작년, 한창 미국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진행 중일 때 버스를 타고 가다가 앞자리에 앉은 여자 둘이 하는 얘기를 듣고 좀 어이가 없었다.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보다 힐러리가 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힐러리가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여성이 세계 정치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나...

꼭 성과 관련된 얘기여서 그런 건 아니었다. 누가 흑인이 세계 정치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오바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도 똑같이 어이는 없었을테니까.

힐러리든 오바마든 우리한테 누가 더 유리할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 대통령이면 우리나라 대통령만큼이나 우리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인데 말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대통령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년을 겪으면서 그 생각은 버렸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열심히 노력하고 잘 해주는 건 그다지 티가 안 나는데, 나라 한 번 제대로 말아먹으면 본 때를 보여주는구나 싶더라.)

뭐... 짧은 생각이지만 그렇다.

...아무튼 외국에서 좀만 성공한 사람 같으면 그냥 위인인 것마냥 떠받드는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4년 전에는 그냥 툭툭 내뱉는 글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횡설수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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