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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케는 처음으로 진공펌프를 만들어 진공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성질을 조사했다. 한 실험에서 그는 청동으로 만든 반구를 서로 마주 보도록 놓은 다음 그 속의 공기를 뽑아 두 반구를 강력한 흡입 컵처럼 만들었다. 그런 후에 사람들 앞에서 말 여덟 마리를 두 팀으로 나누어 반구를 양쪽에서 잡아당겨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게리케는 좀 더 정교하게 실험을 하려고 소리 나는 종(鐘)이 든 유리그릇을 진공으로 만들었다. 그릇에서 공기가 빠져 나가자 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추(錘)가 종을 치는 것은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소리는 진공을 통해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했다. 또한 그릇의 공기가 빠져 나가도 종은 볼 수 있고 그릇이 어두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빛은 진공 속에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것 역시 확실했다. 만일 빛이 진공을 통해 전파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통해 무엇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런 명백한 역설에 직면하게 된 과학자들은 진공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릇에서 공기는 빼냈지만 빛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매질인 다른 무언가가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19세기까지 물리학자들은 우주 전체가 광학 에테르라고 불리는 물질로 가득 차 있다고 가정하고 이 에테르가 빛을 전달해 주는 매질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이 가상적인 물질은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켈빈이 지적했듯이 놀라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광학 에테르란 무엇인가? 이것은 공기 밀도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의 100만 분의 1보다 작은 밀도를 가지는 물질이다. 우리는 이 물질의 몇 가지 극단적인 성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밀도에 비해 매우 딱딱한 성질을 가지는 물질이어야 한다. 초당 4x10^16(4경)번 진동할 수 있으면서도 이것을 통과하는 데 조금의 저항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에테르는 믿을 수 없이 강하면서도 이상하게도 공허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었다. 에테르는 투명하고 마찰력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화학적으로 활성이 없어야 했다. 에테르는 우리 주위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보거나 잡거나 부딪힌 적이 없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앨버트 마이컬슨Albert Michelson은 에테르의 존재를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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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마이컬슨은 빛을 전달하는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실험 장치를 고안했다. 빛이 수직인 두 방향으로 갈라져 전파되는 장치였다. 한 빛은 지구가 공간을 통해 달리고 있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전파되고 다른 빛은 처음 빛과 수직인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 마이컬슨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시속 100만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지구가 가상적인 에테르를 이 속력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에테르는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연속적인 매질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우주 공간을 달리는 지구의 운동은 에테르의 바람을 만들어 낼 것으로 추정되었다. ... 만일 빛이 에테르를 통해 전파된다면 빛의 속도는 에테르 바람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마이컬슨의 장치에서 지구가 운동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전파되다가 돌아오는 빛은 에테르의 바람을 거슬러서 달리다가 거울에 반사된 후에는 바람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게 되어 에테르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운동 방향과 수직인 방향으로 전파되는 빛은 에테르 바람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마이컬슨은 만약 서로의 수직인 두 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빛의 진행 시간이 다르다면 그것은 에테르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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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컬슨은 이 실험을 위해 구할 수 있는 최선의 광원과 거울을 준비하고 장치를 조립하기 위해 모든 주의를 기울였다. 모든 부품을 조심스럽게 정렬하고 수평을 맞추었으며 세심하게 다듬었다. 오차를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마이컬슨은 실험 장치를 많은 양의 수은에 띄웠다. 멀리서 걸어가는 사람의 발걸음 때문에 생기는 흔들림마저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이 실험의 최종 목적은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마이컬슨은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조취를 취했다. 그런데도 직각인 두 방향으로 진행하는 빛의 시간 차이를 찾아내지 못하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테르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마이컬슨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으려고 화학자인 에드워드 몰리Edward Morley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좀 더 정확하게 실험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다듬은 부품을 이용하여 실험 장치를 다시 조립했다. 그리고 실험을 수없이 반복했다. 7년간의 실험 끝에 1887년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에테르가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 마이컬슨의 업적은 비싸고 전문적인 실험기구와 오랜 시간 치열한 노력이 이루어 낸 결과였다. 비슷한 시기에 마이컬슨의 실험을 모르고 있던 한 10대 소년이 이론적 논증만으로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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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와 아인슈타인을 연결하는 또 한 가지는 두 사람 모두 상대성원리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인슈타인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갈릴레이의 상대론에서는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라고 한다. 그것은 외부의 기준계와 비교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정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갈릴레이는 "대화"에 상대성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커다란 배의 갑판 아래 있는 큰 선실에 친구와 함께 있다고 생각해 보자. ... 그리고 친구에게 물건을 던져보자. 거리가 같다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던질 때 다른 쪽으로 던질 때보다 특히 세게 던질 필요는 없다. ... 모든 사항을 조심스럽게 관찰한 다음 배를 당신이 원하는 어떤 속도로 움직여 보자. 단 운동이 일정하고 변화가 없도록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선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어떤 차이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선실 안의 일들로부터 이 배가 정지해 있는지 아니면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직선을 따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 마이컬슨과 몰리가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인슈타인은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기초로 하여 에테르의 존재 여부를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그는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사고실험의 배경으로 사용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은 '생각하다'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유래한 '게당켄Gedanken실험'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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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1896년 열여섯 살 때 거울을 앞에 들고 빛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사고실험을 했다. 그는 이 경우에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론으로는 우주는 움직이지 않는 에테르로 가득 차 있다. 빛은 이 에테르에 의해 전달된다고 생각되었으므로 빛은 에테르에 대해서 빛의 속도(초속 30만 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에서 빛은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떠나 손에 들고 있는 거울을 향해 달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빛은 얼굴을 떠날 수 없고 따라서 거울에 도달할 수도 없을 것이다. 빛이 거울에 도달할 수 없다면 거울에 반사될 수도 없고 결국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가상적인 시나리오는 갈릴레이의 상대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것이었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에 따르면 등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자신이 빨리 달리고 있는지 아니면 천천히 달리고 있는지, 앞으로 달리고 있는지 뒤로 달리고 있는지, 심지어는 전혀 달리고 있지 않은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에 따르면 거울을 가지고 달리는 사람은 자기 얼굴을 거울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누군가 틀린 것이다. 갈릴레이의 상대론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어야 했다. 결국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고실험이 에테르로 가득 찬 우주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빛은 고정되어 있는 에테르가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에테르에 대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마이컬슨과 몰리가 발견한 것이었다.
사이먼 싱, - Big Bang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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