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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야구의 시즌은 끝나버린 LG의 팬이지만 타팀끼리 벌이는 잔치라고 해도 한국시리즈에 관심이 가고 재미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어제 3차전에서는 SK가 일단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4회말에 서재응과 정근우의 신경전에 이어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죠. 아마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그 때 2년 전의 한국시리즈가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2007년 한국시리즈, 홈 2연전을 모두 내준 SK는 잠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상대인 두산에는 20승 선발투수인 리오스가 버티고 있었죠. 그 해 리오스는 워낙 크레이지 모드였던지라 (그것이 약물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차전에 승리하더라도 리오스가 4차전과 7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SK의 우승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잠실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6회 초 SK가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산 투수 이혜천이 김재현의 무릎 뒤로 빠지는 공을 던졌고, 빈볼이라 판단한 김재현이 성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양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 나왔습니다. 그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많이들 흥분했습니다. 채병룡에게 헤드락이 걸렸던 김동주가 김민호 코치를 질질 끌고 흥분해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머리를 잡혔던(?) 리오스가 흥분한 걸 홍성흔이 참으라고 말리는 모습도 TV에 고스란히 잡혔죠.
결과는 SK의 완승이었습니다. 3차전에서 승리한 SK는 4차전에서 리오스를 상대로 등판한 신인 김광현의 7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2연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리오스가 등판할 기회따위 주지 않고 내리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죠. 시즌 초, 류현진에 못지 않은 좌완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성적이 좋지 못했던(20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 김광현은 이 경기를 계기로 한국 최고 좌완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구요.
그런 전력이 있어서인지, 기아팬이 아니더라도 어제 사건의 원인을 SK쪽 당사자인 정근우에게서 찾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일종의 분위기 반전용 기싸움이었다고 보는거죠. 특히 SK라는 팀 자체의 이미지가 SK를 제외한 7개 구단 팬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게 형성되어 있는데다가 우연이든 고의든 간에 1년에 일어나는 수많은 그라운드 사고에서 SK가 관련된 적도 많았구요.
저는 사실 그 장면에서 지난 5월 어린이날 3연전의 LG와 두산의 경기가 떠올랐습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제가 직관했든 TV로 봤든 올해 본 두산전에서는 모두 승리했으니 아마 그 때도 LG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다른 상황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고 2사 주자 1,2루였던 것 같구요. 2루주자가 김동주였는데, 타자가 3루수 땅볼을 쳤죠. 정성훈이 땅볼타구를 잡아서 3루로 걸어가더니 베이스 터치를 안 하고 김동주가 오는 걸 그냥 보고 서 있더군요. 그리고 김동주가 오는 걸 좀 기다린 다음에야 베이스터치를 하고 들어가는데... 아 왠지 한 판 벌어지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이닝이 종료되었습니다. 분명히 그 상황만 놓고 본다면 어제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상황이었는데요.
제가 그 당사자인 선수도 아니고 딱히 그 일에 대한 인터뷰를 본 적도 없어서 이리저리 추측을 해 보는 수 밖에는 없지만, 제 생각으로는 특정 행동 자체가 문제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그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받아들이는 자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김동주가 정성훈에게 화를 냈어도 저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도 인터넷에서 정성훈이 잘못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왜 김동주는 그냥 들어갔을까요?
그 답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는 어제 상황에서 정근우가 서재응을 고깝게 쳐다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둘 간에는 이미 시즌 중에 한 차례 말싸움이 있었죠. 안 그래도 타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었는데 그 상대가 서재응이었으니 쳐다볼 만 했겠죠. 서재응이 고의였던, 아니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강습타구를 막아서 손이 아파서였든지요.
서재응이 고의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서재응이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낸 것으로 보아서는 고의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앙금이 남아 있는 상대에게 고의로 그랬다는 건 싸움을 도발했다는 얘긴데 시리즈 전적에서 앞서고 경기에 뒤져 있는 팀의 구원투수가 굳이 싸움을 도발해서 유리할 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어제도 서재응은 바로 다음 투구에서 안타 둘, 볼넷 하나, 사구 둘을 허용하고 강판되었습니다) 아마도, 서재응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손이 아파서,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공을 천천히 던지게 되었는데 앙금이 남아있는 정근우가 불만스럽게 쳐다보자 순간적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막은 전혀 알리 없는 제3자의 입장에서의 추측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찌되었든 서재응은 공을 늦게 송구했고, 정근우는 서재응을 쳐다 보았고, 서재응은 화가 났죠. 그 이후에는 최희섭을 가운데 두고 둘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벤치를 박차고 뛰어나왔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과 약간은 어이 없이 벌어진 사태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SK가 7개 구단 팬의 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여러가지 사연 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윤길현이 최경환과 이종범에게 욕을 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아의 종범신이 아닌 한국의 종범신, 이종범에게 13년이나 아래인 윤길현이 뭐 어쩌라고 라고 눈을 부라렸을 때, SK는 그야말로 승리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싸가지 없는 구단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죠. 어제 서재응이 정근우에게 뭘 (꼴아) 봐 ㅆㅂㄹㅁ라고 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재응의 잘못입니다. 시즌 때의 앙금이 남아 있었든, 일부러 공을 늦게 던진 게 아니든, 정근우가 정말 싸가지 없는 얼굴로 쳐다보았든 간에 서재응이 정근우에게 욕을 한 것은 잘못이죠.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라는 말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준혁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벤치 클리어링은 기싸움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와 같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죠. 약간 지루하게 흐르다가도 한 번 우르르 뛰어 나왔다 들어가면 갑자기 집중이 확 됩니다. 해설자들도 할 얘기 많아져서 이 얘기 저 얘기 하고...
그렇지만 어제처럼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기싸움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 욕설이 원인이 된 벤치 클리어링이라면 앞으로는 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어제 3차전에서는 SK가 일단 반격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4회말에 서재응과 정근우의 신경전에 이어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죠. 아마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그 때 2년 전의 한국시리즈가 떠올랐을 것 같습니다.
2007년 한국시리즈, 홈 2연전을 모두 내준 SK는 잠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상대인 두산에는 20승 선발투수인 리오스가 버티고 있었죠. 그 해 리오스는 워낙 크레이지 모드였던지라 (그것이 약물 덕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차전에 승리하더라도 리오스가 4차전과 7차전에 등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SK의 우승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잠실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6회 초 SK가 7:0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산 투수 이혜천이 김재현의 무릎 뒤로 빠지는 공을 던졌고, 빈볼이라 판단한 김재현이 성난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양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 나왔습니다. 그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많이들 흥분했습니다. 채병룡에게 헤드락이 걸렸던 김동주가 김민호 코치를 질질 끌고 흥분해서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머리를 잡혔던(?) 리오스가 흥분한 걸 홍성흔이 참으라고 말리는 모습도 TV에 고스란히 잡혔죠.
결과는 SK의 완승이었습니다. 3차전에서 승리한 SK는 4차전에서 리오스를 상대로 등판한 신인 김광현의 7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2연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리오스가 등판할 기회따위 주지 않고 내리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죠. 시즌 초, 류현진에 못지 않은 좌완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성적이 좋지 못했던(20경기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 김광현은 이 경기를 계기로 한국 최고 좌완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구요.
그런 전력이 있어서인지, 기아팬이 아니더라도 어제 사건의 원인을 SK쪽 당사자인 정근우에게서 찾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일종의 분위기 반전용 기싸움이었다고 보는거죠. 특히 SK라는 팀 자체의 이미지가 SK를 제외한 7개 구단 팬들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게 형성되어 있는데다가 우연이든 고의든 간에 1년에 일어나는 수많은 그라운드 사고에서 SK가 관련된 적도 많았구요.
저는 사실 그 장면에서 지난 5월 어린이날 3연전의 LG와 두산의 경기가 떠올랐습니다.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제가 직관했든 TV로 봤든 올해 본 두산전에서는 모두 승리했으니 아마 그 때도 LG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다른 상황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고 2사 주자 1,2루였던 것 같구요. 2루주자가 김동주였는데, 타자가 3루수 땅볼을 쳤죠. 정성훈이 땅볼타구를 잡아서 3루로 걸어가더니 베이스 터치를 안 하고 김동주가 오는 걸 그냥 보고 서 있더군요. 그리고 김동주가 오는 걸 좀 기다린 다음에야 베이스터치를 하고 들어가는데... 아 왠지 한 판 벌어지겠다... 생각했지만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이닝이 종료되었습니다. 분명히 그 상황만 놓고 본다면 어제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상황이었는데요.
제가 그 당사자인 선수도 아니고 딱히 그 일에 대한 인터뷰를 본 적도 없어서 이리저리 추측을 해 보는 수 밖에는 없지만, 제 생각으로는 특정 행동 자체가 문제를 일으킨다기 보다는 그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받아들이는 자세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김동주가 정성훈에게 화를 냈어도 저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당시에도 인터넷에서 정성훈이 잘못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왜 김동주는 그냥 들어갔을까요?
그 답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는 어제 상황에서 정근우가 서재응을 고깝게 쳐다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둘 간에는 이미 시즌 중에 한 차례 말싸움이 있었죠. 안 그래도 타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었는데 그 상대가 서재응이었으니 쳐다볼 만 했겠죠. 서재응이 고의였던, 아니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강습타구를 막아서 손이 아파서였든지요.
서재응이 고의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서재응이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낸 것으로 보아서는 고의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앙금이 남아 있는 상대에게 고의로 그랬다는 건 싸움을 도발했다는 얘긴데 시리즈 전적에서 앞서고 경기에 뒤져 있는 팀의 구원투수가 굳이 싸움을 도발해서 유리할 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어제도 서재응은 바로 다음 투구에서 안타 둘, 볼넷 하나, 사구 둘을 허용하고 강판되었습니다) 아마도, 서재응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손이 아파서,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공을 천천히 던지게 되었는데 앙금이 남아있는 정근우가 불만스럽게 쳐다보자 순간적으로 화가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막은 전혀 알리 없는 제3자의 입장에서의 추측은 여기까지입니다. 어찌되었든 서재응은 공을 늦게 송구했고, 정근우는 서재응을 쳐다 보았고, 서재응은 화가 났죠. 그 이후에는 최희섭을 가운데 두고 둘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졌고 양팀 선수들이 모두 벤치를 박차고 뛰어나왔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과 약간은 어이 없이 벌어진 사태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SK가 7개 구단 팬의 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여러가지 사연 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윤길현이 최경환과 이종범에게 욕을 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아의 종범신이 아닌 한국의 종범신, 이종범에게 13년이나 아래인 윤길현이 뭐 어쩌라고 라고 눈을 부라렸을 때, SK는 그야말로 승리만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싸가지 없는 구단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죠. 어제 서재응이 정근우에게 뭘 (꼴아) 봐 ㅆㅂㄹㅁ라고 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재응의 잘못입니다. 시즌 때의 앙금이 남아 있었든, 일부러 공을 늦게 던진 게 아니든, 정근우가 정말 싸가지 없는 얼굴로 쳐다보았든 간에 서재응이 정근우에게 욕을 한 것은 잘못이죠.
벤치 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라는 말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준혁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벤치 클리어링은 기싸움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와 같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죠. 약간 지루하게 흐르다가도 한 번 우르르 뛰어 나왔다 들어가면 갑자기 집중이 확 됩니다. 해설자들도 할 얘기 많아져서 이 얘기 저 얘기 하고...
그렇지만 어제처럼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기싸움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 욕설이 원인이 된 벤치 클리어링이라면 앞으로는 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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